방송 20여년! 왠지 거창하고 맛깔나는 뭔가가 소담스럽게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부담감이 내려 누른다.
고정프로그램과 특집프로그램들을 포함해서 뜻 모르고 써 내려 갔던 500여편의 작품들!
그것들 중에 대표작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한다.아무 것도 없다구..
과연 욕심이 많아서 그런걸까? 그건 감히 아니라는 대답을 하고 싶다! 드라마와는 달리 너무도 일회성으로 끝나 버리는 코미디와 쇼 대본들! 많은 이들은 쇼에 대본이나 작가가 있는 것조차도 모르는 시절인 지난 81년에 방송을 시작했으니 그 세월에 대한 무거움이 한없이 느껴진다.
물론 어쩌다 가끔은 드라마도 손을 댔지만 왠지 나를 만족시킬만한 작품이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쇼나 코미디 또한 크게 내세울만한 느낌의 작품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 그걸 보면 나는 지난 20여년을 헛 살았다. 헛 살아도 한참을 헛살았다
그래서 그런 이유로 지금 이 글을 쓴다. 대표작이라고 뭐 하나 변변하게 내세울만한 것 없는 20여년 경력의 중견작가가 이제는 아스라히 사라져 가는 그 추억들이 아쉬워서 글을 쓴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기에 슬픔과 그리움을 잊을 수 있듯이 기쁨과 느낌의 시간들도 함께 사라지고 말기 때문에-- 그 작은 추억의 조각들을 다시 한번 꿰어 맞추고 싶다.
그리고 그저 방송 끝자락에 당신 아들 이름이 자막으로 올라가는 것만 보시고 당신 아들이 작가라고 생각하셨고 이젠 저 하늘에서 지켜 보고 계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