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야기/나의 방송 이야기

바보같아서 아름다운 여인, 인순이 (1) - 방송작가 박만진

방송작가 박만진 2010. 3. 10. 15:11
 

 

 

 

 
<^-^ 방송작가 ^-^ 박만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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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정말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이 글 내용에 담긴 경주에서의 사진이기에 실습니다.
정말 누구 머리꼴 가관이다....



당시 가장 인기 있던 듀엣-한마음
최근에 [가슴앓이] 리메이크곡이 다시 인기를 끌었죠?
인순이씨와 함께 공연을 했던 모습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정구선생님도 함께 공연을 하셨죠.
불후의 명곡 [눈물 젖은 두만강]이 생각나네요.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따뜻한 분이셨는데....


(책 내용 중 인순이에 관한 첫번째 글입니다)

- 바보같아서 아름다운 여인, 인순이!!

나는 누군가가 대표작이 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가 없다고 서문에서도 밝힌 바가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여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대답을 할 수가 있다.
바로 인순이씨라고-

인순이씨?
원래 예명에는 씨자를 붙이지 않기 때문에 인순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서로 친구라고 얘기는 하지만 나보다는 연상이기 때문에 괜시리 내가 되게 건방진 작가가 되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인순이씨라고 표현을 하겠다.
사실 나는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는데 그래서 나와 동년배인 가수들이나 탈랜트들에게 [하라]를 하면 많은 이들이 내가 작가라서 건방을 떤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 편이다.

이런 내가 인순이씨를 제일 처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고 느낀 것은 아마도 약 25년전 쯤인 1980년대 중반 쯤 일이라 생각된다.
그 전에도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몇번 만난적은 있으나 그저 목례정도나 인사 정도가 다였던 우리였기에 서로를 알기에는 충분치가 못했었다.

모 기업체의 홍보행사를 주관하여 경주 보문단지에서 공연을 할때의 일이였으니 우리의 인연은 역사 깊은 곳에서 시작된건가?
이제 남의 여자가 된 그녀와 역사 깊은 곳에서 인연이 된들 뭔 소용 있겠냐마는...

그 당시 인순이씨는 [희자매]를 거쳐 [인순이와 리듬터치]로 활동을 하다가 솔로로 활동을 하고 있을때였고 당시 인순이씨는 개인의 힛트곡은 없었지만---

힛트곡? 힛트곡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또 한 사람 있지-조영남씨

참 이상하다!
영남이 형도 그렇고 왜 그렇게 노래를 잘 하는 가수들은 힛트곡이 없을까?
그래도 그 인기가 몇십년을 가는걸 보면 도저히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지만--
이 얘기를 영남이 형님이 들으면 분명히 그러실거다.

[마! 그래도 나는 [도시여 안녕]으로 [가요톱텐]에 17위까지 올랐던 가수야]라고-
형님! 미안하지만 인순이씨도 [착한여자]로 순위에 올랐었소!!
그리고 저는 형님 노래 중 [사랑밖에 난 몰라요]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 알아 주시길..

아무튼 인순이는 변변한 힛트곡 없이 [희자매]때의 힛트곡 [밤이면 밤마다]와 [실버들] 그리고 당시 가장 유행했던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이나 [Beat It]으로 밤업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였다.
타이트하게 몸에 붙어 허벅지까지 깊게 파인 검정색 롱드레스에 검은 중절모를 쓰고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눈길을 뗄수 없을만큼 매혹적이였으니까-

분장실하면 온갖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곳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남자들의 음담패설이란 같은 남자가 듣기에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니까.
그때만 해도 여자 연예인들은 그런 소리를 들으면 그저 빙긋이 웃거나 얼굴을 붉히는 정도였지 지금처럼 나서서 떠드는 그런 작태는 아니였다.

그 당시 인순이는 심각하리만큼 얼굴에 여드름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누가 봐도 병적이리만큼 심했으니까-

분장실에서 그런 인순이를 보고 중견 남자 가수가 한마디 농담을 던졌다.

[인순아! 너 남자 좀 알아야겠다.]

그 말에 인순이의 대답이 나를 너무 어이없게 만들었다.

[왜요,선배님! 저 누구 소개 시켜 주시려구요?]

사실 처녀 시절에 여드름이 많거나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건 시집가면 다 났는다고 옛 어른들이 말씀을 곧잘 하시는데 어른이 되고 나면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빙그레 웃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아무튼 난 그런 인순이의 말에

[저거 바보 아니야? 아니면 내숭이야? 호박씨도 어쩜 저렇게?]

이러면서 조금은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까지 나왔는데 그런 나를 더욱 놀라게 한건 그녀의 다음 말

[누구예요? 누구 소개 시켜 주시려구요?]

그러자 그 선배 연예인은 조금은 당황한 기색으로 얼굴에 괜한 분칠만 더하면서 대답했다.

[아니,그게 아니라 그 얼굴에 여드름 난거 남자 알면 다 난다구--]

그러자 그녀의 눈은 더욱 똘망똘망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피부과 의사 소개 시켜 주실려구요? 누군대요? 누군대요?]

그리고 그 선배 연예인은 무대에 올라 가기 전까지 인순이의 집중공격을 받아야 했고,나는 그녀의 그런 순수함에 반했고,사랑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인순이씨를 사랑하고 있다 - 세인 아빠가 들으면 기분나쁘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