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火葬場)에서 2010년 6월 23일 늦은 밤
오늘 지인(知人) 인척의 상(喪)으로 인하여 화장장을 찾았다.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이곳에서 나는 참으로 많은 사람을 보내야 했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 구석 저쪽 언저리에서 이곳이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나이가 된 것일까?
이제는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떠나보내고 떠나야 할 시간이 더 가까운 나이.
그래서 이곳이 그저 삶의 한 부스러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화장장(火葬場)
모든 지역 주민들이 다 싫어하는 혐오시설
하지만 내 주위의 누군가도 찾아야 할 이 곳 !
아니 이 혐오시설을 질타하던 그 누군가도 이곳을 찾게 될지 모른다.
경기도 하남의 시장(市長)은 화장장건설을 추진하다가 결국 국민소환제
1호라는 불명예 속에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수많은 육신들이 한줌의 재로 돌아갔을 이 곳, 화장장(火葬場)
나는 이곳에서 수많은 군상(群像)들을 본다.
철없이 뛰어 노는 아이들!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똑같은 모습을 봤다면 눈살을 지푸렸을 그런 행동도
이곳에서는 차라리 사랑스럽다.
커피 맛이 없다고 투정부리는 살집이 제법 있는 아줌마부터
재떨이는 왜 밖에만 있냐고 투덜대는 촌로(村老)까지 모두 사랑스럽다
살아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나도 종교를 갖고 있지만 이곳에서의 종교전쟁은 가히 백병전을 능가한다
장례예배를 보는 개신교 사람들...
죽은 이를 위하여 연도라는 것을 바치는 카톨릭 사람들...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교 사람들...
모든 이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 망자(亡者)의 사후세계가
부활이든, 환생이든 좋은 의미에 기인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 좁은 화장장 복도에서 마치 응원전을 펼치듯 상대방의 소리가
조금 더 크면 다른 한쪽 목소리도 이에 못지않게 톤이 높아지면서 서로의 기량을 발휘한다.
화장장에 익숙한 나에게도 이러니 이런 모습을 보면 이곳이 낯선 외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화장장은 참으로 많은 사연들을 갖고 있다.
지인(知人) 인척의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옆에서 화장이 진행되는 것을 우연히 지켜 보았는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슬픔에 젖어있는 미망인(未亡人)의 나이는 고작 되어봐야 서른 남짓,
자녀가 없는 것을 보니 결혼한 지 채 얼마 지나지 않은 듯 했다.
순간 고인(故人)의 영정을 흘낏 보았다.
영정(影幀) 속의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했다.
TV 속에서나 봤음직한 이목구비가 확실한 젊은 얼굴이
나도 모르게 아깝다는 탄식이 일순간 스며 나오게 했다.
무슨 사연으로 저리 일찍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는 너무도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고 얻을 수 있을까?
죽음이 없었다면 종교도 없었을 것이라는 어느 종교학자의 말처럼
우리는 죽음이 무서워서 그 무엇인가를 찾는지도 모른다.
나는 어느 나이 정도가 되야 이 삶이 죽음의 한 부스러기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지....
아직 나는 참으로 세상을 모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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