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넑두리 前
어언 20여년 전인 1987년 제작했던 크리스마스 카드를 올려 보았다.
이유인 즉 이 사진속의 장소는 나에게만은 커다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많이 들락거렸던 KBS별관 공개홀 로비와
나의 집필실,
그리고 지금은 빌딩숲으로 뒤덮인 목동 1단지와 6단지 사이의 공터
(황망히 연기를 내 뿜고 있는 곳이 열병합발전소이다)
그 공터는 항상 갈대밭과 같은 여유로움을 나에게 안겨 주었었다.
대본마감시간이 촉박해 와도 내용이 떠 오르지 않을 때
나는 그곳을 마냥 걷곤 했다.
물론 고르지 못한 노면상태때문에
가끔 삐끗 몸의 균형을 잃곤 해도 그것이 좋았다.
항상 고르고 매끄러운 아스팔트 위의 생활
우리는 순간, 그렇게 삐끗하고 질척이는 길을 동경하는지도 모른다.
이제 서울의 그 어느 곳에도 그때와 같이 넓은 흙길이 없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가 숨 쉴곳을 잃어 가는 것은 아닌지....
방송작가 박만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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